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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및 건강

체질에 관하여(1) - 사상체질, 진단과 이제마의 시각

체질이란 무엇일까.

예전 서양에서도 체질에 관한 언급은 있었고, 

동양의 고전 황제내경에서도 25태인론 등의 언급은 있었다. 

 

그러나 체질의학이라고 할만한 것으로 정초를 다진 것은 아무래도

조선의 의학자, 이제마로부터 일 것이다. 

그는 소위 사상체질의학의 창시자로, 

인간을 넷으로 구분하는 획기적인 시안을 짠다.

 

하지만 그 구분은 꽤 유교적이어서, 현재의 우리에게는 획기적이지만

당시의 유학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제마는 결국 인, 의, 예, 지라는 맹자가 말한 네가지 덕을 

인간 각각에게서 본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마의 유학체계가 어떤 것이었나를 말하는데 조금 어려움은 있지만, 

남송 주자의 영향은 확실히 받았다. 양명학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동의수세보원

 

이제마는 의학서 '동의수세보원'을 집필하기 전에 

유학서(철학서)인 '격치고'를 저술한다. 이는 그가 가진 유학적 생각들과 구분들을

잘 드러내준다.

 

체질이 과연 존재하는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그것은 어떠한 구분의 체계이다.

남자와 여자를 나누는데는 성기의 차이라던지, 염색체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큰 논란이 없다.

혈액형을 나누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큰 논란은 없다.

그러나 체질의 구분, 진단에 있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으며,

그것은 보기에 나뉨이 명확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체질은 아직 형이하적인 물질근거를 획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요소가 있으면 이 체질,

저 요소가 있으면 이 체질이라고 하는, 요소적 물질근거를 획득하지 못한 체질이라는 개념은,

2023년 로봇이 청소를 하고, 서빙을 하는 시대에도 불안한 구석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러분들은 이것을 진단하는 많은 방법들을 접하게 될 것이다.

현재에는 설문이나 문답을 통해 체질을 진단하는 방법도 있고, 맥진을 통해 진단하는 방법도 있다.

체형을 줄자로 재서 길이의 비율에 따라 진단하는 방법도 있고, 약물을 먹여봐서 반응을 보고 진단하는 방법,

딱보고 진단하는 방법(이것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걸음걸이를 보고 진단하는법, 목소리를 듣고 진단하는 법, 평소 불편한 증상들을 모아서 유추해 보는 방법, 희귀한 병이라면  '무슨 병에 걸렸다면 무슨인' 등등이 난무하게 되는 원인이다. 

뭐하면 무슨인, 뭐하면 무슨인, 규칙처럼 말하지만 딱 들어맞는 규칙은 없다. 

 

이야기를 좀 더 이끌어 나가기 위해 '부분과 전체'를 이야기 해야한다. 어떤 사람의 말을 빌리자면, '실체'와 '양태'일 수도 있다. 태음(인), 소음(인), 소양(인), 태양(인) 등의 네가지 본질적인 부분들이 있고, 그것이 여러가지 특색을 낳는다. 태음인에게서는 말할 때나, 움직일 때나, 숨쉴 때나, 글을 쓸 때나, 반찬을 집어 먹을 때나, 아플 때나, 잠잘 때에도 태음의 기운을 나타내면서 살아간다. 왜냐하면 그는 태음인이기 때문이다. 살도 태음인처럼 찐다. 나머지 네 체질들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체질의 진단이라는 것은 결국 그것의 실체를 직접 접하고, 깨달아 아는 과정이 체질 진단이 된다.  부분만으로 전체를 진단하려는 오류는 어디에나 있으며, 그것은 틀릴 여지가 충분히 많다. 변용된 양태(모드)만으로 실체를 감지하려는 노력은 가능할 수는 있으나 오류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설문, 체형진단, 약물 반응, 침반응, 맥진단, 모두 한계를 지닌 하나의 부분이며, 양태적 파편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부분을 통해 전체로 나아가지, 전체에 한번에 이르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것들을 진단의 툴로는 사용하되, 전체나 본질, 실체에 닿기위해 잊어야 한다면 과감히 놓아야 할 일이다. 

 

이제마는 이 사람들을 진단하는데, 인의예지를 이용했다. 인자한 자는 태양인, 의로운 자는 태음인, 예의있는 자는 소양인, 지혜로운 자는 소음인 등이다. 이것들은 각각 폐, 간, 비, 신으로부터 나온다. 유학 개념을 지닌 사람들로서의 사상체질인을 이제마는 보았던 것이고 그것을 통해 그는 '홀연히 장부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말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추상적인 개념접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측은해 하고 인자한 마음은 폐에서 나오며 그것은 상초(몸을 아래서부터 위로 네 칸으로 나눈 제일 윗칸)에 있다. 사양하고 예절을 차리는 것은 비에서 나오며 그것은 상중초(두번째칸)에 있다. 부끄러워하고 의로운 마음은 간에서 나오며 그것은 중하초(셋째칸)에 있다.  시비를 가리고 밝게 아는 마음은 하초(넷째칸)에 있다. 

 

한의학적인 생리와 유학에서의 도덕을 합성한 듯한 체계를 그는 만들었고, 그것을 인체의 체질 구분으로 표현했다.

인의예지를 통해서 체질을 판단하고 진단하려 한다면, 그것 또한 쉽지는 않다. 

인의예지는 일찌기 (착한) 본성이라고 불리며 유학에서 하늘이 개인에게 준 참 씨앗 같은 것이라 말해진다.

따라서 그것을 파악해 체질을 진단하는 일 또한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