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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및 건강

체질에 관하여(3) - 융의 심리유형, MBTI와 16가지 성격유형, 설문에 관해

팔체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유전양상, 식이조절의 어려움을 이야기 했다.

 

정신과 의사이며 심리학자이기도 했던 융 (Carl Gustav Jung, 1875-1961) 은 체질을 분류하지는 않았다. 그는 자신의 저작인 '심리유형'에서 사람들을 몇 가지로 분류했다. 가장 큰 분류는 내향성과 외향성의 구분이다. 이것은 정신의 활성이 자신의 내면에서 더 자연스러운가, 자신의 외면,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더 활성화되는가에 따른 구분이다. 이는 약자인 E와 I로 표현되며 각각 외향성(Extraversion)과 내향성(Introversion)을 의미한다. 우리 주변에서 익히 보듯이 사람을 만나면 정신이 충전되는가, 홀로 떨어져 있으면 충전되는가 하는 구분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좀 더 복잡하다. 외향적인 사람이 자신을 내향적으로 알고있다가 외향적이 된 후 자신을 극복했다고 하는 경우라던가, 내향적인 사람이 자신을 외향적인 줄 알고 무리하다 나가 떨어지는 경우들이다. 자신이 자신을 잘못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이것은 아이러니이기는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무지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직관과 감각의 구분도 있다. 직관은 현실을 넘어서(분석하지 않고 바로) 대상을 지각하는 능력이며, 감각은 현실을 통하여 대상을 지각하는 능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감각은 분석적인 것이며, 직관은 총체적인 것이다. 예를들어 직관형의 사람과 감각형인 사람이 같이 국밥을 먹으러 갔다면, 감각형인 사람은 국밥의 맛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음, 간이 짠데 일반 소금을 사용한 것 같진 않네.'  미각이라는 감각을 사용한 인식이다. 반면 직관형의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음, 전에 먹었던 XX관 국밥하고 거의 비슷하네.' 감각을 넘어선  인식이다. XX관 국밥이 그 정도의 염도를 가졌는지, 그릇이 비슷했는지, 가게 분위기가 비슷했는지, 국물의 온도가 비슷했는지는 따져보지는 않았지만, 어딘가에서 유사함을 그는 인식한 것이다. 이는 분석되지 않았기에 전하기 쉽지 않다.

 

사고와 감정의 구분도 있다. 사고는 생각하는 것이며, 감정은 느끼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하여 해결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사고의 역할이라면 공감해주고, 정서적으로 지지해주는 것이 감정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사고하는 것을 이성이라고 생각한다면 이성과 감정의 구분임을 알 수 있고, 이는 아폴론 디오니소스의 대비 외에도 동양철학의 '(이)성''(감)정'론까지 연결시켜 생각해 볼 수 있는 큰 주제이다.

 

흥미로운 것은 보통 이성적으로 사고할수록 감정적 유대와는 멀어지며 정서적인 것을 느끼면 느낄수록 사고할 수 있는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양에서 음양이라는 용어로 표현되었던 것으로 하루중의 밤과 낮처럼 어느 하나가 늘어나면 반대쪽의 다른 하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시소같은 관계이다. 사실 위의 직관과 감각의 관계도 그러하며, 외향과 내향의 관계 또한 사고와 감정의 관계처럼 음양의 관계이다. 직관적일수록 감각을 놓치기 쉬워서 현실에서 벗어난 허무맹랑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기 쉽고, 감각적인 것에 치중할수록 직관과는 멀어져 큰 틀에서 비교하는 능력은 떨어지고 자잘한 것들만 놓고 따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 쉽다. 외향적일수록 상대나 주변환경의 요구에 맞춰주다가 자기로부터의 요구를 등한시하기 쉽고(자신의 체력이나 정신적인 한계들), 내향적일수록 자신의 주관적인 요구에만 골몰하느라 외부로부터의 결정적이고, 중요한 요구를 놓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융이 제시한 이러한 관점들에다가 연구자인 마이어스(딸)와 브릭스(엄마)는 한가지 관점을 더 추가하여,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 MBTI) 라는 것을 만들게 된다. 이것이 요사이 유행하는 MBTI의 간략한 전모다. 그들이 추가한 한 가지는 외향-내향, 직관-감각, 사고-감정 이라는 관점들 외에 판단-인식이라는 관점이다. 판단이라는 것은 경계를 미리 규정해버리는 것이며, 인식이라는 것은 경계가 자연스레 만들어지길 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릴 때 외곽선을 먼저 그어서 안의 사물을 나타내려는 것과 안에서부터 색칠하여 외곽선을 드러내는 것은 차이가 있다. 

 

판단형(A)과 인식형(B)의 차이

여행계획을 세울 때에도 집정리를 할 떄에도 판단형은 어떠한 시렁이나 칸, 구획들을 나누어 배치하는 편이며,(심지어 시간대별로 표를 만들어 여행계획을 짜는 경우도 있다) 외곽선이나 마감이 깔끔하고 단정한 것을 선호하는 것이 보통이다. 인식형은 반대로 되어진대로 하려는 습성이 있으며, 무계획적이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유연성이 있지만 효율성에서 떨어지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러한 네 가지 변수(외향[E]-내향[I], 직관[N]-감각[S],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에 따라 총 16가지의 심리 유형이 존재하게 되며, 그것은 MBTI라는 유형 중의 하나로 설문을 통해 결정된다. 그러나 여러 예들에서 드러나듯이 우리는 자신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것은 큰 하자가 없다. 잘못 아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나'와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나', 이 두 '나'의 간극 속을 살아간다. 나라고 생각하는 나를 우리는 MBTI의 설문 속에 적기 쉽다. 그래서 결과지에 나온 나는 '내가 알고 싶은 나'가 아닌 '나로 알고 있는 나'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많은 심리검사의 목표 자체가 그렇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서 더 잘 알아가기 위해서다. 이런 목표 속에서 설문이라는 방식은 조금 부적합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 시간이 지나 몇 차례 검사할 때마다 성격유형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두 경우 모두 자신의 성격유형이 맞는지 담보하기는 어렵다. 16가지 성격유형 중에 하나를 찍는 것 보다야, 확률이 높을 수 있겠지만, 추천되거나 1순위로 진행되어야할 검사 혹은 진단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을 잘 알아가는 것, 융의 표현대로라면 자신의 무의식을 의식화해 나가는 것, 은 쉽지 않다.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내향적이지만, 외향적인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라던지, 나는 사고위주의 성향이기 때문에, 감정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던지, 하는 것들처럼 자신의 의식이 치우쳐진 부분을 일단 알아야하고, 그것에 의해 뭉개지거나 무시되기 쉬운 무의식의 부분들을 구해내야 한다. 나는 감정위주이기 때문에 감정 위주로 할래라는 것은 정말이지 우습고 위험한 생각이며, 오히려 사고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야한다. 앞서 말한 음양 관계는 조화로워야 음양으로써 유지되며, 둘의 관계가 어그러지면, 각각은 독음독양(음따로 양따로)이라 하여 균형 깨진 파편에 불과하다. 또한 자신이 감정위주이면서 사고위주의 사람이라 생각하는 것은 꽤 어리석다. 그것은 자신을 잘못아는 것이며, 사고위주의 활동을 하는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것이다.

 

융이 체질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그가 이야기 한 것은 정신활동의 유형, 따라서 심리 유형, 심질(心質). 그래서 마음의 유형을 말한 것이다. 이제마도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폐,비,간,신에 따라 체질이 나뉘며 그것은 모두 하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융도 결국 체질을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