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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 및 건강

체질에 관하여(2) - 팔체질 의학과 권도원, 그리고 체질식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에 대하여 진단의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또한 네 체질의 중심에 인,의,예,지라는 유학적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 것 또한 확인했다.

 

이번에 돌아볼 것은 그것과는 좀 다른 체질 구분인 팔체질이다. 

팔체질이라는 것은 동호 권도원(1921-2022)이 주장한 것으로 체질을 여덟 가지로 나눈다.

 

 

권도원이 진료했던 제선한의원

 

권도원은 팔체질을 사상체질과는 별개의 독창적인 것이라 주장한다.

권도원은 사상의학을 알았을까? 물론 상당히 잘 알았다. 그는 사상의학회의 부회장까지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사상의학으로 체질을 구분하였으며, 그에 따라 진료도 하였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자신이 창안해낸

팔체질로 사람을 나누어 보면서 기존의 사상의학과는 노선을 연결짓지 못하고, 별개의 길을 걷게 된다. 

 

따라서 팔체질을 사상의학과 연관해서 이해하기 보다 권도원이 주장한 팔체질 그대로 먼저 접근해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일단 팔체질은 체질을 8가지로 나눈다. 각각 금양, 금음, 토양, 토음, 목양, 목음, 수양, 수음 체질이다.

체질명이 좀 어색하기는하지만, 각각의 의미는 있다. 앞의 글자는 유전과 음식을 나타낸다.

8체질은 금체질과 토체질, 목체질, 수체질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체질은 유전된다.

예를 들어 금체질의 부모(어머니금양, 아버지 금음)에게서는 금양 아니면 금음 체질의 자녀만 나올 수 있다.

만약 아버지가 목양, 어머니가 금음 체질이라고 한다면 자녀는 목양, 목음, 금양, 금음 체질 중 하나를 가지게 된다. 

또한 체질별로 지켜야하는 음식이 있는데, 크게 나누자면 금체질은 육식을 금해야하고, 목체질은 잎채소류를 금해야하며,

토체질은 매운 음식들을, 수체질은 돼지고기 및 찬 음식들을 금해야 한다. 각 체질 별로 디테일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적인 내용들은 앞글자인 '토', '금', '수','목' 등에 의해 결정된다.

 

두번째 글자의 의미는 병증이 장계로 나타나는지 부계로 나타나는지의 의미이다. '양'인 체질들은 병증상이 장계로 나타나고 '음'인 체질들은 병의 증상들이 부계로 나타난다. 장계란 간, 심, 비(췌장), 폐, 신 등을 말하며, 부계란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등의 부류이다.  

 

이 팔체질이 사상체질과 어떠한 연관을 갖는가하는 것은 각 한의사나 한의학자들의 몫이며, 공식적으로 이제마나 권도원이 내세운 의견은 없다.(체질에 관하여 가장 확실한 것은 이제마는 태양인이라는 것이고, 권도원은 금양체질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의학체계를 세웠으며 자신의 체질을 확실히 그 안에 설정해 두었다.) 

 

체질에 맞추어 음식을 먹는 것은 이미 이제마도 말한 바 있지만, 권도원은 좀 더 음식을 가려 먹을 것을 주장했다. 유익한 음식과 해로운 음식이 뚜렷이 구분되고, 더 세분화 되었다. 지금도 8체질 홈페이지(www.ecmed.org)에 들어가보면 매우 세분화된 음식분류표를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이라는 것은 확실히 성질이 존재하며, 약물에 비해 그 성질이 평이하다고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먹는 것이기 때문에 작용이 미비하다고 할 수는 없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금양체질은 대부분의 질환이, 다른 체질들도 상당 수의 질환이 해소된다고 주장하며, 그것은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다.

 

하지만 체질식을 일정 기간이상 해본 사람들이라면 그렇게까지 세밀하게 신경써가며 음식을 가릴 필요가 있는지, 정작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데에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밥상을 앞에 두고 이것은 좋은 음식이니까 내 입으로 가져가고, 이것은 나쁜 음식이니까 멀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의식의 분별이나, 피로감은 식사시간을 즐겁게 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신경마저 곤두세운다. 어떻게 보면 수체질의 경우에는 돼지고기, 보리 등을 제외하고는 크게 가릴 음식은 없어보이기도 한다. 8체질 의학의 치료에서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체질침치료와 체질식 그리고 체질에 따른 섭생이다. 침치료는 한의사들이 하는 것이고, 체질에 따른 섭생이라는 것은 온수욕, 냉수욕, 산림욕, 호흡법 등의 식이 외의 활동을 체질에 맞는 환경 및 조건에서 행하는 것이다. 이 둘 외에는 체질식이 가장 중요한데 권도원 선생은 부페식을 주장하였으리만큼 자신에게 맞는 음식들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그가 자신의 체질로 말한 금양체질은, 8체질 중에서도 음식을 까다롭게 가리면 가릴수록 좋은 체질이고, 대부분의 일상 음식들은 해가 된다. 음식을 가리는 것에 자신의 체질적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하였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물론 권도원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신의 질병을 치료하고, 100세이상 진료하시며 살다가셨고, 자신의 철학이 있으며(큰 틀은 '화리'라는 글에 표현되어 있다.) 매우 뚜렷한 견해를 남긴 것에 분명하다. 세밀한 체질별 식이분류 또한 틀렸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일리 있는 구분들이다. 그러한 구분들이 잘못되었다기 보다 무언가 빠진 부분이 있지 않은지 확인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